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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요즘은 걸을 때마다 발이 자꾸 바닥에 걸려. 가끔은 그냥 접지르듯 넘어져서 무서워.”

얼마 전, 내 친구가 한 말이다. 그 말이 내 마음에 콕 박혔다. 평소라면 사소하게 흘려들었을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, 그 순간엔 이상하게도 ‘무언가 큰 것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’처럼 들렸다.

“이상하게 자꾸 걸려”… 처음엔 별일 아닌 줄 알았대

친구는 처음엔 그냥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다고 했다. ‘요즘 좀 나사 빠졌나봐’, ‘자꾸 덤벙대네’라며 웃어넘겼지만, 문제는 그게 점점 잦아졌다는 거다.

  • 평소처럼 걷다가 갑자기 발끝이 바닥에 ‘탁’ 걸림
  • 발을 들어도 바닥에 닿는 느낌
  • 계단에서 자꾸 삐끗하거나 넘어질 뻔함

그렇게 몇 번 넘어진 뒤, 친구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다. 몸이 말을 안 듣고 있었던 거다.

의심받은 병명, 소뇌위축증

검사 끝에 친구는 ‘소뇌위축증(Cerebellar Atrophy)’이라는 진단을 받았다. 이 병은 뇌에서 균형과 운동을 담당하는 '소뇌'가 점점 위축되며 몸의 움직임, 언어, 시선, 심지어 감정까지 영향을 주는 퇴행성 신경 질환이다.

특히 ‘보행장애’는 가장 흔하고 일찍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다.

  • 발을 제대로 들어 올리지 못해 바닥에 발이 걸리는 느낌
  • 중심을 못 잡고 다리를 벌려 불안정하게 걷는 모습 (wide-based gait)
  • 발바닥 감각 저하로 지면과의 거리 인식 오류
  • 결국 접지르듯이 푹 넘어지는 사고로 이어짐

시야도 흐릿해졌다… 설마 이것도?

놀랍게도 친구는 시력에도 이상을 느끼고 있었다. 처음엔 ‘안경 도수가 바뀌었나?’ 정도였지만,

  • 눈이 떨리고
  • 초점이 맞지 않으며
  • 어두운 곳에서 더 잘 안 보이고
  • 사물이 겹쳐 보이는 ‘복시’ 증상

나중에 의사는 말했다. “혹시 SCA7일 가능성도 있습니다.”

SCA7, 시력까지 잃을 수 있는 소뇌위축증의 한 형태

SCA7(Spinocerebellar Ataxia Type 7)은 유전성 소뇌위축증의 하위 유형으로, 단순히 걸음만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라 망막을 손상시켜 시력도 잃게 만드는 병이다.

  • 중심 시야 흐림
  • 색감 감퇴
  • 빛 번짐
  •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

진행되면 결국 실명에 이를 수도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. 진단을 위해선 유전자 검사와 망막 OCT, 시야검사가 필수다.

우리가 몰랐던 일상 속 변화들

이 병은 아주 천천히, 그리고 조용히 일상을 침범한다. 단지 한 번 넘어진 것 같았고, 단지 눈이 좀 피곤한 것 같았지만, 그건 소리 없는 경고였다.

친구는 이제 말한다. “내가 나를 못 믿겠어. 다음 발을 딛는 게 무섭기도 해.” 그 말이 얼마나 큰 용기에서 나왔는지 알기에, 나는 글로라도 함께 걷고 싶었다.

마무리하며: 넘어진 그 순간을 외면하지 않기를

혹시 여러분 주변에도, 자꾸 넘어지거나 시야가 흐려지거나, 어느 날 갑자기 몸이 느려지는 사람이 있다면— 그건 그냥 피곤해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.

소뇌위축증은 희귀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질환입니다. 초기 증상일 때,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놓치지 마세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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